‘농부가 왜, 어떻게 맥주 양조장을 하시게 되었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맥주를 좋아해서요’라고 답변하곤 했습니다.
언뜻 농부와 맥주는 그 간격이 매우 멀어 보이지만 맥주도 농산물을 원료로 만드는 음료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꽤 친숙한 사이가 됩니다. 농부의 입장에서 시작한 이히브루 양조장인 만큼 재료에 진심입니다. 생소한 분들도 많겠지만 맥주 원료 중에는 홉(hop)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홉은 맥주에 특유의 향과 쓴맛을 부여하는 재료인데, 들어가는 양은 적지만 맥주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우리나라도 80년대까지 강원도를 중심으로 홉 농사가 이어져 왔는데 농산물 개방이 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나머지 그 명맥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경북 의성에 자리 잡은 홉이든은 사라진 홉 농사의 발자취를 다시 잇고자 2018년부터 재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양조장을 시작하면서 국산 홉 펠렛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드렸지만 그때는 이미 재고가 없어 꼬박 1년을 기다린 끝에 올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맥주에 넣고 있습니다.
홉이든 홉을 사용한 첫 맥주는 겨울 시즌을 위해 준비한 ‘긴긴밤’이었습니다. 두 번의 ‘긴긴밤’ 양조에 홉이든 홉을 사용한 데 이어 오늘은 ‘어스름’에 국산 홉 (홉이든의 캐스케이드홉과 홍천의 케이홉스홉)을 넣었습니다. 앞으로 별숲, 비온뒤, 여름은에도 순차적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국산 홉을 사용하는 양조장들이 늘어나야 홉을 재배하는 농가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히브루가 비록 작은 양조장이지만 홉이든 같은 곳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열심히 국산 재료를 쓰고 알리겠습니다. 이히브루의 맥주가 맛있게 느껴지신다면 분명 신선한 국산 홉이 큰 역할을 해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조사는 신선한 재료들을 조합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