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맥주 생활이 느긋해지니 따뜻한 아랫목에서 귤 까먹으면서 옛이야기 두런두런 나누 듯이 이히브루가 만드는 맥주 이야기를 하나씩 까... 아니 들려드릴까 해요.



마침, 어제 별숲을 양조한 날이었으니 윗비어 별숲부터 시작해볼까요~
여러분~ 윗비어를 아시나요? Witbier는 white beer라는 의미로 벨기에 지역에서 유래한 맥주 스타일이랍니다. 벨기에식 밀맥주를 부르는 말인데 보리 맥아에 밀이 30% 정도 들어가고 부재료로 오렌지 껍질과 고수 씨앗을 넣어 만들어요. 대표적인 맥주로 호가든, 블랑, 블루문 등이 있어요. 대체로 홉보다는 효모와 향신료 부재료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히브루는 작은 규모로 시작한 양조장이었기에 만들 수 있는 맥주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곡물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으로 레시피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이히브루 초기(지금도 초기
) 쌀, 보리, 밀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진 라인업을 구상했고 그 중 밀을 넣어 만든 맥주가 바로 ‘별숲’이 되었습니다. 밀의 함량이 높기에 맥주 색깔이 뽀얗게 보여 이 맥주를 마시면서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는 황홀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별숲’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별숲은 전북 군산에서 재배한 맥주 보리로 만든 맥아와 더불어 홍성 딩켈언덕에서 생명역동농법으로 키운 스펠트밀을 주원료로 사용합니다. 생명역동농법(bio-dynamic)은 유기농업을 기본 바탕으로 하면서도 우주의 리듬을 따르는 방식으로 농사 짓는 방법입니다.
스펠트밀은 우리가 먹는 밀의 원종에 가까운 고대밀의 한 종류입니다. 이러한 곡물에 유자 껍질, 고수 씨앗, 캐모마일 꽃 같은 향신료를 넣어 맥주를 완성합니다. 유자 껍질과 고수 씨앗은 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캐모마일 꽃의 경우는 지역의 농장, 꿈이자라는뜰에서 키운 재료를 받아 쓰고 있습니다. 윗비어에서 그 역할이 아주 크진 않지만 맥주에 빠질 수 없는 재료인 홉은 프랑스에서 가공한 유기농 홉 펠렛을 쓰고 있습니다. 퍼글(Fuggle), 트러디션(Tradition)이라는 두 종류의 홉이 들어갑니다.
윗비어가 밀맥주이긴 하지만, 밀이라는 재료는 그 자체로 맛을 내기보다 함께 하는 다른 재료들이 향과 맛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재료들과 함께 어우러지냐에 따라 그 성향이 많이 달라지죠. 밀 특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은 유지하되 부재료와 효모에 따라 맥주 분위기가 달라지기에 최대한 신선한 맛을 전할 수 있는 조합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유통 거리를 최대한 줄여 국산 재료와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서 만든 윗비어의 맛이 도드라질 수 있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죠.
이히브루 맥주를 드시고 들었던 시음평 중 기억에 남는 것 하나가, 원래 술 잘 못마시는데 이 맥주는 마실 수 있었어요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히브루 맥주 라인업 중에서 특히 별숲이 다양한 향신료와 신선한 효모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저도수(4.5%) 맥주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신 것 같습니다. 모든 식품은 원재료의 모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지역의 재료가 듬뿍 들어간 윗비어 별숲의 맛을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