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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너 바이세 여름은

날짜
2026/06/30
맥주
이히브루 방구석 맥주 이야기 5탄 여름은
이히브루라는 이름으로 양조를 시작한 2023년 첫 해, 일상 맥주 세 가지를 만들었습니다. 세 가지 맥주들(비온뒤-쌀, 어스름-보리, 별숲-밀)이 대표적인 곡물에 기반해 만든 레시피였다면, 새롭게 만드는 맥주는 계절의 재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2024년 봄에, 다가올 여름에 어울릴 만한 맥주를 떠올려보았죠.
여름은 단연 맥주의 계절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이니 땀은 주룩주룩 흐르고 습하니 짜증도 나기 쉽고요. 덥고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고 개운하게 달래 주며 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맛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스타일이 사우어(sour) 맥주였습니다.
사우어 맥주는 효모 발효에 앞서 유산균(락토바실러스, lactobacillus)으로 맥즙의 산도를 낮추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최종적으로 완성된 맥주에서 신맛이 도드라지는 특성을 지닙니다. 고제(gose),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se), 람빅(lambic) 등이 대표적인 사우어 맥주 스타일입니다.
사우어 맥주에 어울리는 여름 재료를 찾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집 앞마당에 10여 년 전 심어 놓았던 오래된 보리수였습니다. 보리수는 그동안 생과일로도 먹고 잼도 만들어 먹고 효소도 담아 먹고 얼려도 먹으며 우리집의 여름 맛을 담당해 주었던 과일이었습니다. 보리수 열매는 6월에 빨갛게 익는데, 그 맛이 새콤, 달콤, 떨떠름하여 신맛을 가진 여름 맥주 재료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사우어 맥주에 보리수라는 재료까지 연결해 놓으니 자연스레 스타일은 베를리너 바이세로 정해졌습니다. 베를리너 바이세는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밀맥주로 맥주의 신맛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일’ 시럽을 섞어서 마시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스타일은 현대로 넘어오면서 유산균으로 신맛을 만들고, 제조 단계에서 과일즙을 사용하는 형태로 변형, 발전되었습니다.
여름철 더위를 생각할 때, 높은 도수보다는 저도수의 맥주 형태가 어울리기에 3.5%라는 비교적 낮은 수치의 알코올 도수를 목표로 양조를 하였습니다. 낮은 알코올 도수 때문에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바디감을 보완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넣는 밀 대신 호밀을 넣어 조금 더 다채로운 여름의 맛으로 채웠습니다. 여름은의 핵심 재료인 보리수는 이히브루의 출발점, 풀풀농장에서 키운 재료이며 호밀도 지역에서 키운 것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으니 어떤 맥주보다 홍성군을 많이 담고 있는 맥주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름은의 화룡점정이 되어준 재료는 히비스커스꽃잎입니다. 여름을 상징하는 선명한 빨간색 맥주를 만들고 싶었는데 보리수를 착즙하면 색이 옅어지니 이를 어떻게 보완할까 하다가 떠오른 것이 가끔 마시던 히비스커스차였습니다. 히비스커스도 보리수와 닮은 시고 떫은 맛과 과일 향이 어우러지는 재료이기에 보리수와도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다만 국산 히비스커스를 구하기가 어려워 독일산 유기농 히비스커스를 구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름은의 경우 맥즙에 신맛을 내기 위해 유산균 발효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하기에 일반 맥주 양조보다 하루가 더 걸립니다. 사우어링(souring)에 꼬박 하루를 쓰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다른 맥주처럼 끓이고 식혀 효모를 넣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보리수 열매를 착즙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열매를 따서 씻고 체에 걸러 즙을 짜내는 과정에 맥즙을 만드는 과정까지... 이히브루 모든 맥주 중 가장 오랫동안, 다양하고 힘든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맥주입니다. 그래서, 만들고 나면 고생한 나를 위해 당장 한 잔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맥주가 여름은입니다. 해마다 덥고 힘든 여름을 지내지만 또 그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면 다음 해 여름을 기다리듯 우리에게도 여름에 만드는 여름은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여름이 조금이라도 청량해질 수 있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여름은을 만들겠습니다. 7월이면 바로 그 여름은이 나옵니다. 하하하